이소유
2026-04-11


"산업문명의 바우하우스를 넘어 

지구환경을 위한 새로운 건축으로"


Bauhaus Earth는 2020년 Hans Joachim Schellnhuber와 Marc Weissgerber가 설립한 독일의 비영리 조직이다. 이 단체는 베를린과 포츠담을 중심으로 연구와 실험, 제작을 함께 진행하는 실천형 연구조직이다.  건축환경을 탄소배출의 원인으로 남겨두지 않고, 생태적 회복과 사회적 재생을 이끄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름만 보면 20세기 초 독일의 역사적 바우하우스 학교와 직접 이어지는 기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Bauhaus Earth는 역사적 바우하우스의 법적 후신이나 동일 기관은 아니다. 2019년 “지구를 위한 새로운 바우하우스”의 필요성을 제기한 Caputh Declaration을 바탕으로 출범한 독립 비영리 조직이며, 과거 바우하우스의 문제의식을 오늘의 기후위기와 생태전환의 시대에 다시 해석한 단체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이러한 점에서 Bauhaus Earth라는 이름은 단순한 차용이 아니라 하나의 선언으로 읽을 수 있다. 역사적 바우하우스가 산업화 시대의 예술, 기술, 생산을 통합하려 했다면, Bauhaus Earth는 오늘날의 건축이 지구의 생태 질서와 조화를 이루도록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전면에 내세운다. 공식 소개에서도 이들은 bio-based와 geo-based 재료로의 전환, 순환건설, 기존 건축물의 재사용, 재활용, 생물다양성 회복, 도시와 경관의 탄소흡수원화를 비전으로 제시한다. 


이 단체의 활동 목적은 분명하다. 사람의 집, 도시, 마을 같은 생활환경이 지금처럼 기후위기와 사회문제를 악화시키는 방식으로 계속 지어져서는 안 되며, 오히려 회복을 이끄는 창조적 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Bauhaus Earth는 이를 위해 재료의 전 생애주기 연구, 건설 분야의 재료 전환, 지역 기반 자연재료의 공급과 활용, 실제 프로젝트를 통한 실증, 연구 워크숍 운영, 파트너 네트워크 구축 등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다시 말해 흙을 포함한 자연기반 재료를 단순히 친환경 재료로 소개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재료의 생산, 가공, 설계, 시공, 유통, 제도까지 이어지는 건축의 전 과정을 바꾸려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Bauhaus Earth의 활동에서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는 Experimental Foundation과의 협력이다. Experimental Foundation은 베를린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로, 건축 분야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무엇으로, 어떻게 지을 것인가”를 바꾸는 실험을 지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성을 기술적 문제에만 한정하지 않고, 공간의 질과 건축의 미학까지 함께 다룬다. 이 두 단체는 2023년부터 Experimental Fellowship with Bauhaus Earth를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이 프로그램은 지속가능한 미래 건축을 위한 새로운 실천과 건축 언어를 탐구하는 신진 실천가들을 지원한다. 


흙건축의 관점에서 Bauhaus Earth가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흙을 전통적 재료나 지역적 상징으로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흙을 구조체, 바닥부재, 단열재, 표면재, 지역 지질 연구의 대상, 전후 복구의 매개, 순환건설의 핵심 자원으로 폭넓게 해석한다. 아래의 최근 사례들은 그러한 특징을 잘 보여준다. 


첫 번째 사례는 The Sediments Project이다. 이 프로젝트는 비소성 흙재료를 개발하는 장기 연구로, 점토를 자연적이고 가역적인 결합재로 활용하는 흙재료를 중심에 둔다. 특히 하중지지용 compressed earth blocks를 중요한 축으로 삼고 있으며, 베를린 굴착토로 제작한 흙블록을 실제 건설에 적용하고 다른 지역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흙이 단순한 마감재가 아니라 구조를 담당하는 건축재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사례는 Holz-Lehm-Hybrid이다. 이 프로젝트는 베를린 바이센제의 건물 재개발 현장을 하나의 실험 무대로 삼아, 건물 규모에서 재생적 부재를 실제로 시험하고 성능을 모니터링하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하중지지 흙블록 조적, 목재-흙 하이브리드 천장, 목재 바닥판 등이 포함된다. 흙이 보조적 충전재가 아니라 실제 건물 시스템의 일부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례이다. 


세 번째 사례는 Timber x Earth – Hourdis Floor Plate이다. 이 프로젝트는 흙을 벽체가 아닌 바닥판에 적용한 사례이다. Bauhaus Earth는 목재 보 구조 사이에 대형 흙블록을 채운 자연기반 바닥 시스템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바닥판이 요구하는 질량, 음향, 열적 완충 성능을 흙과 목재의 조합으로 해결하려 했다. 또한 이 흙블록의 산업적 생산 확대 가능성도 함께 검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네 번째 사례는 Situated Regionalism이다. 2025-2026년의 현재 펠로십 프로젝트인 이 작업은 베트남의 7개 생태권역을 가로지르며 비소성 흙벽돌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 프로젝트는 토양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질 조건, 지역의 건축 전통, 전쟁 오염, 산업화의 문제를 함께 살피며, Cao Phong 지역에서는 ferrallitic soil과 지역 섬유, Mường 전통을 바탕으로 실물 크기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고, 동시에 베트남 생태권역의 Soil Atlas도 구축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기후·토양·문화와 연결된 흙건축 연구라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 


다섯 번째 사례는 Grunt이다. 이 프로젝트는 우크라이나의 전후 복구 상황에서 오염된 토양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다룰 것인가를 탐구한다. 공식 설명에 따르면 팀은 오염토를 안전하게 봉입하는 방식과, 더 깨끗한 2차 원료와 혼합해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함께 검토했다. 여기서 흙은 단순한 자연재료가 아니라, 전쟁 이후의 땅, 오염, 복구, 공동체 재건을 연결하는 물질로 다루어진다. 흙건축이 사회적·정치적 맥락까지 품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여섯 번째 사례는 Earth, Lightly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트레비소의 옛 섬유공장 개보수 맥락에서 경량 흙 단열재의 미학적 가능성을 탐구했다. 일반적으로 섬유-흙 혼합재는 미장으로 덮이지만, 이 연구는 흙 자체의 표면과 장식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실험했다. 거친 섬유는 더 가볍고 거친 표면을, 미세한 섬유는 더 매끄럽고 세밀한 형상을 만든다는 점을 확인하며, 결과를 조형적 설치물로 제시했다. 이 사례는 흙건축의 표면성과 감각성을 새롭게 보여준다. 


Bauhaus Earth는 흙을 단순히 과거의 재료로 다루지 않는다. 이 단체는 흙을 전통의 향수나 지역적 특수성의 표지로만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흙을 저탄소 재료, 구조 부재, 감각적 표면, 지역 토양 지식, 전후 복구의 매개, 산업 가치사슬 전환의 수단으로 동시에 다룬다. 다시 말해 흙건축의 현대화란 시멘트와 경쟁하는 성능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구적 위기 속에서 건축의 물질·윤리·정치·미학을 다시 조직하는 일임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Bauhaus Earth는 오늘날 국제 흙건축 담론에서 매우 중요한 참조점이며, 흙건축을 생태문명 전환기의 건축 실천으로 사유하려는 연구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