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홍
2014년 ‘흙건축으로 만든 시적 풍경’
‘Architecture is poetry’
‘건축은 詩이다’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고, 오랫동안 그 표현을 사용해왔다.
건축이 과학이며 예술이라는 뜻이 포함돼있다.
즉 건축을 한다는 것은 technology와 함께 감성을 같이 다룬다는 것이다.
진부하게 들렸겠지만, ‘흙건축’을 생각할 때 반드시 되새겨야할 의미이다.
흙을 주제로 하거나, 주재료로 다룬다는 의미는 그저 흙을 계획속의 구조나 마감재 등, 기능적인 용도로 사용한다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건축이 그렇듯이, 편안한 기능과 함께 감성의 표현과 의미의 전달을 담은 구조체이고 공간이다.
또한 흙은 땅을 의미하고, 그래서 ‘흙건축’은 땅과 분리될 수 없고, 따라서 건물이 들어서는 그 지역의 많은 것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소재이여서 그 의미가 크다.
심사 내내, ‘흙’을 실질적인 소재로, 또 구조적인 도구로 얼마나 훌륭하게 다루었나하는 점을 눈여겨보면서,
먼저, ‘시적인 풍경’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흙을 통해 어떤 감성의 표현을 담고 있는지, 또는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고,
둘째, 계획한 ‘흙건물’이 자리 잡는 땅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 장소의 정서적인 일부가 되는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
많은 제출 작품들은, 그러나, ‘흙’을 ‘정면으로 응시’하진 못했다.
그 얘기는 우리가 항상 다루는 ‘건축이슈’, ‘사이트’, ‘프로그램’ 등을 바탕으로 건물 디자인을 마치고는 계획의 일부분, 요소를 그저 흙으로 대치하는 경우와 다름없는, 즉 흙이 쓰이지 않았어도 처음부터 상관없는 예들이 많았다.
‘흙’에 온전히 집중하고, 직시하고, 느끼고, 또 생각하고, 만들어서 ‘그 것 아니면 안 된다!’라는 절대적이고 필연적인 관계를 담고 있는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또한 많은 작품들에서는, 흙이 요소가 되는 무엇인가를 계획에 포함하기 위해 10배나 더 많은 다른 요소나 구조물을 계획하다 흙은 오히려 원했던 중요성을 놓치는 경우도 보았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있는 작품 수만큼, 아니 더 많은 작품들이 가치와 노력과 열정을 담고 있었다.
우선, 입선작에는 다양한 idea의 작품을 많이 포함시켰다.
그 중 몇 가지를 언급하면,
세상을 흙의 높이, 땅의 높이에서 보는 안,
강 한가운데에 땅을 만들어가는 안,
흙과 바람으로 음악을 만들겠다는 안,
숨 쉬는, respiration이 되는 안,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안,
지독하게 갑갑해 모이는 성찰의 공간을 만든 안,
초등학교와 등굣길에 흙을 밟게 하는 안,
지하철에 작은 주머니 공간을 만드는 안,
등등.
이런 작품들은 참신하고, 도전적인 idea를 담고 있어서 같이 나누기위해 선정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완성도 있는 우수한 작품임에도 입선에 선정 안 된 경우가 생겼고,
서로 유사한 내용이라 포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대상, 우수상, 그룹으로 고려했지만 입선으로 정리해야하는 어려운 결정의 경우도 있었다.
그 중 안타까운 두 작품을 소개하면,
# 095, ‘Earth Pagoda’
계획의 대칭적인 구도는 구조의 합리성을 뛰어넘고 공간의 절대적 긴장감을 만들면서, 전체 건축은 숨이 막힐 정도의 시적인 감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건물 자체가 필연성으로 가득 차있는 반면, 주변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도’가 건물 내용에서 본 만큼 표현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이였다.
# 125, ‘회귀풍토’
예전 석유 비축시설을 흙을 이용, 다시 태어나게 하는 멋진 계획으로
놀랍게도 내용 중엔 음향흡수, 반사역할을 하는 흙벽도 포함되어 있었다,
흙이 아닌 다른 재료이면 어땠을까하고 잠시 생각해 봤지만 흙이 가진 재생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개별 수상작)
특선.
# 050 ‘눌러 쓴 풍경’
아무도 개의치 않는 땅, 그러나 요즘 많은 시민들이 운동 등으로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는 장소를 사용하는 것이 지극히 실체적 이여서 그냥 걸어 나가면 만날 것 같은 계획이다.
내용에 있듯이 일상적이고 적극적인 이용이 가능하면서도, ‘눌러 쓴’이란 표현에서처럼 마치 흔적처럼 느껴지는 것, 역시 시적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
우수상
# 019 ‘흙으로 정화되다’
이 작품이 담고 있는 ‘필연성’은 흙과 자갈이 정화과정의 직접적인 수단이여서, 시설의 기능자체와 계획과 그 의미가 모두 일치한다는 점이다.
정수시설의 설정과 그 위치와 함께, 전체가 단단히 기능적 이여서 더 깊은 의미를 갖는 반면, 적절한 감성의 공간이 포함된 보기 드문 균형감을 가진, 기능과 정서가 함께하는 안이다.
대상
# 080 ‘마지막 이야기’
우선, 많은 우수한 제출 작품들이 그렇듯이 앞뒤 모든 것이 완벽히 정리된 계획은 아니다.
그러나 적절한 시퀀스가 충분히 상상이 되고 그 순간들이 절절히 감성으로 가득히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장례가 치러지는 시작부터 마지막 순서까지 한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을 것이다.
작품 내용은 흙과 시설이 하나이여야 한다는 ‘절대적인 필연성’을 느끼게 하고,
제출한 패널에서의 표현에서도 시와 흙이 하나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작가는 분명 그 ‘필연성’을 이해하는 사람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흙건축연구회’와, 이끌어가고 계신 선생님들과 관련된 분들 모두의 ‘흙에 대한 정신’에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감사드리고, 그 정신에 같이 동참해주신 학생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박 승홍
2014년 2월 19일
박승홍
2014년 ‘흙건축으로 만든 시적 풍경’
‘Architecture is poetry’
‘건축은 詩이다’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고, 오랫동안 그 표현을 사용해왔다.
건축이 과학이며 예술이라는 뜻이 포함돼있다.
즉 건축을 한다는 것은 technology와 함께 감성을 같이 다룬다는 것이다.
진부하게 들렸겠지만, ‘흙건축’을 생각할 때 반드시 되새겨야할 의미이다.
흙을 주제로 하거나, 주재료로 다룬다는 의미는 그저 흙을 계획속의 구조나 마감재 등, 기능적인 용도로 사용한다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건축이 그렇듯이, 편안한 기능과 함께 감성의 표현과 의미의 전달을 담은 구조체이고 공간이다.
또한 흙은 땅을 의미하고, 그래서 ‘흙건축’은 땅과 분리될 수 없고, 따라서 건물이 들어서는 그 지역의 많은 것을 함께 담을 수 있는 소재이여서 그 의미가 크다.
심사 내내, ‘흙’을 실질적인 소재로, 또 구조적인 도구로 얼마나 훌륭하게 다루었나하는 점을 눈여겨보면서,
먼저, ‘시적인 풍경’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듯, 흙을 통해 어떤 감성의 표현을 담고 있는지, 또는 어떤 의미를 추구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고,
둘째, 계획한 ‘흙건물’이 자리 잡는 땅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 장소의 정서적인 일부가 되는 작품을 만나고 싶었다.
많은 제출 작품들은, 그러나, ‘흙’을 ‘정면으로 응시’하진 못했다.
그 얘기는 우리가 항상 다루는 ‘건축이슈’, ‘사이트’, ‘프로그램’ 등을 바탕으로 건물 디자인을 마치고는 계획의 일부분, 요소를 그저 흙으로 대치하는 경우와 다름없는, 즉 흙이 쓰이지 않았어도 처음부터 상관없는 예들이 많았다.
‘흙’에 온전히 집중하고, 직시하고, 느끼고, 또 생각하고, 만들어서 ‘그 것 아니면 안 된다!’라는 절대적이고 필연적인 관계를 담고 있는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또한 많은 작품들에서는, 흙이 요소가 되는 무엇인가를 계획에 포함하기 위해 10배나 더 많은 다른 요소나 구조물을 계획하다 흙은 오히려 원했던 중요성을 놓치는 경우도 보았다.
하지만 부족한 점이 있는 작품 수만큼, 아니 더 많은 작품들이 가치와 노력과 열정을 담고 있었다.
우선, 입선작에는 다양한 idea의 작품을 많이 포함시켰다.
그 중 몇 가지를 언급하면,
세상을 흙의 높이, 땅의 높이에서 보는 안,
강 한가운데에 땅을 만들어가는 안,
흙과 바람으로 음악을 만들겠다는 안,
숨 쉬는, respiration이 되는 안,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안,
지독하게 갑갑해 모이는 성찰의 공간을 만든 안,
초등학교와 등굣길에 흙을 밟게 하는 안,
지하철에 작은 주머니 공간을 만드는 안,
등등.
이런 작품들은 참신하고, 도전적인 idea를 담고 있어서 같이 나누기위해 선정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완성도 있는 우수한 작품임에도 입선에 선정 안 된 경우가 생겼고,
서로 유사한 내용이라 포함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대상, 우수상, 그룹으로 고려했지만 입선으로 정리해야하는 어려운 결정의 경우도 있었다.
그 중 안타까운 두 작품을 소개하면,
# 095, ‘Earth Pagoda’
계획의 대칭적인 구도는 구조의 합리성을 뛰어넘고 공간의 절대적 긴장감을 만들면서, 전체 건축은 숨이 막힐 정도의 시적인 감흥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건물 자체가 필연성으로 가득 차있는 반면, 주변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도’가 건물 내용에서 본 만큼 표현되지 않은 것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이였다.
# 125, ‘회귀풍토’
예전 석유 비축시설을 흙을 이용, 다시 태어나게 하는 멋진 계획으로
놀랍게도 내용 중엔 음향흡수, 반사역할을 하는 흙벽도 포함되어 있었다,
흙이 아닌 다른 재료이면 어땠을까하고 잠시 생각해 봤지만 흙이 가진 재생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개별 수상작)
특선.
# 050 ‘눌러 쓴 풍경’
아무도 개의치 않는 땅, 그러나 요즘 많은 시민들이 운동 등으로 생활의 일부가 되어있는 장소를 사용하는 것이 지극히 실체적 이여서 그냥 걸어 나가면 만날 것 같은 계획이다.
내용에 있듯이 일상적이고 적극적인 이용이 가능하면서도, ‘눌러 쓴’이란 표현에서처럼 마치 흔적처럼 느껴지는 것, 역시 시적 풍경을 연상하게 한다.
우수상
# 019 ‘흙으로 정화되다’
이 작품이 담고 있는 ‘필연성’은 흙과 자갈이 정화과정의 직접적인 수단이여서, 시설의 기능자체와 계획과 그 의미가 모두 일치한다는 점이다.
정수시설의 설정과 그 위치와 함께, 전체가 단단히 기능적 이여서 더 깊은 의미를 갖는 반면, 적절한 감성의 공간이 포함된 보기 드문 균형감을 가진, 기능과 정서가 함께하는 안이다.
대상
# 080 ‘마지막 이야기’
우선, 많은 우수한 제출 작품들이 그렇듯이 앞뒤 모든 것이 완벽히 정리된 계획은 아니다.
그러나 적절한 시퀀스가 충분히 상상이 되고 그 순간들이 절절히 감성으로 가득히 채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장례가 치러지는 시작부터 마지막 순서까지 한편의 시를 읽는 것 같을 것이다.
작품 내용은 흙과 시설이 하나이여야 한다는 ‘절대적인 필연성’을 느끼게 하고,
제출한 패널에서의 표현에서도 시와 흙이 하나가 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작가는 분명 그 ‘필연성’을 이해하는 사람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흙건축연구회’와, 이끌어가고 계신 선생님들과 관련된 분들 모두의 ‘흙에 대한 정신’에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감사드리고, 그 정신에 같이 동참해주신 학생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박 승홍
2014년 2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