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건축포럼온돌문화포럼 2026 - 온돌라키비움이란 무엇인가

이소유
2026-05-06
조회수 135


온돌라키비움(Larchiveum)이란 무엇인가


새로운 개념어의 탄생

온돌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 + 기록관(Archives) + 박물관(Museum)**을 하나로 결합한 신조어 '라키비움(Larchiveum)'에 온돌문화를 더한 개념이다. 세 기능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간 안에서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온돌문화의 어제를 기록하고, 오늘을 연구하며, 내일을 설계하는 복합문화 플랫폼을 지향한다.

온돌문화포럼 2026은 이 온돌라키비움을 강원도 평창에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2026년 4월 30일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에서 그 첫 공론의 장을 열었다.


왜 라키비움인가 — 세 기능의 통합이 필요한 이유

전통적으로 도서관·기록관·박물관은 각각의 역할을 분리하여 운영해 왔다. 그러나 온돌문화처럼 문헌 기록이 극히 드물고, 실물 유산과 무형의 기술이 공존하는 대상을 다루기 위해서는 세 기능의 통합이 필수적이다.

온돌 통사를 집필한 송기호 전 서울대학교 박물관장은 포럼 격려사에서 이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온돌은 너무나 일상적인 것이어서 문헌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고, 고고학 발굴보고서에서 자료를 찾아내야 하는 형편이며, 구들의 세부 용어조차 표준화되지 않은 상태다. 자료의 축적(도서관), 발굴 보고서와 기록의 체계적 보존(기록관), 실물 전시와 기술 체험(박물관)이 한 지붕 아래 있어야 비로소 온돌문화의 전모를 파악하고 전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돌라키비움의 세 축

첫째, 도서관(Library) — 지식의 집적

온돌에 관한 국내외 문헌, 학술 논문, 발굴 보고서, 연구 자료를 한데 모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전문 자료실 기능을 담는다. 현재 온돌 관련 자료는 건축학·고고학·역사학에 흩어져 있어 연구자조차 접근이 어려운 실정이다. 온돌라키비움은 이 분산된 지식을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하여, 국가무형유산 제135호인 온돌문화의 학문적 기반을 튼튼히 하는 거점이 된다.

둘째, 기록관(Archives) — 역사의 보존

전통 온돌의 구조와 시공 기술, 장인들의 구술 기록, 지역별 구들 형태의 변천 등 사라져 가는 무형의 기술 유산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보존하는 공간이다. 특히 온돌은 하층 서민 문화에서 출발하여 왕실로 올라간 유례없는 '상향식' 문화이자, 화목 아궁이에서 연탄·온수보일러로 이어진 기술 진화의 역사를 품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디지털 아카이브와 실물 자료로 기록하여 다음 세대에 전달한다.

셋째, 박물관(Museum) — 문화의 체험

온돌의 역사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전시·체험 공간이다. 전통 구들의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는 전시에서부터, 온돌 힐링방 체험, 지역 어르신 장인이 직접 강사가 되어 구들 놓는 기술을 전수하는 교육 프로그램까지 운영한다. '온돌은 보는 순간보다 자고 일어난 다음에 더 오래 기억된다'는 포럼의 통찰처럼, 단순한 전시를 넘어 몸으로 경험하는 살아 있는 문화공간을 지향한다.


온돌라키비움이 담아야 할 것 — 온돌문화의 본질

온돌라키비움은 단순한 시설이 아니다. 포럼은 온돌의 본질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온돌은 흙의 효과와 열적 특성을 이용한 인류 최고의 난방 시스템이며, 동시에 인간의 삶을 평안하게 하는 치유 공간이다. 황혜주 국립목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흙건축과 온돌의 관계를 통해, 온돌이 단순히 바닥을 데우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생태적·사회적 관계를 회복시키는 공간임을 밝혔다. 흙과 온돌이 만들어내는 치유의 힘이 온돌라키비움의 공간 철학적 바탕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온돌은 좌식 문화, 실내 탈화(脫靴), 위생환경, 단층 주거의 보편화, 찜질방 문화의 파생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생활 방식 전체를 형성해 온 문화 코드다. 온돌라키비움은 이 '한국인의 삶의 방식 전체'를 국내외 방문객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왜 평창인가

동계올림픽의 도시 평창은 한랭한 기후와 긴 겨울이라는 조건 속에서 온돌의 가치를 가장 오래, 가장 분명하게 체감해 온 땅이다. 포럼은 평창의 경쟁력이 추위를 피하는 데 있지 않고, 추위 덕분에 '온기'가 더욱 선명해진다는 데 있음을 강조한다. 평창은 온돌을 설명하는 도시가 아니라, 세계가 한국의 온기를 느끼러 오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포럼의 핵심 비전이다.

또한 평창은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온돌라키비움은 이 위기를 문화의 힘으로 돌파하는 전략적 거점이기도 하다. 지역 어르신이 온돌 기술을 전수하는 주민 주도형 모델, 1박 2일 온돌스테이를 중심으로 한 체류형 관광, 지역 숙박·식사·장작·농산물과 연계된 로컬 경제 생태계를 함께 구성함으로써 온돌라키비움이 지역 상생의 마중물이 되도록 설계된다.


K-온돌 세계화의 전초기지

임정훈 평창전통온돌연구센터장은 온돌이 이미 영국·상하이 등 해외 고급 주거에 바닥 난방의 형태로 보급되고 있으나, 한국의 특허나 브랜드 없이 서양 회사들이 유래조차 모른 채 시공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온돌이 국적 없는 기술로 세계에 퍼져 나간다면, K-온돌로서의 정체성과 산업적 주도권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온돌라키비움은 바로 이 공백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K-온돌의 자료를 축적하고, 세계에 알리며, 체험하게 하는 종합 센터로서 온돌을 한글·김치와 같은 세계적 명품 문화 브랜드로 육성하는 출발점이 되고자 한다.


맺으며

온돌라키비움은 '지식·문화·휴식이 있는 공간'이다. 온돌의 과거를 공부하고(도서관), 그 역사를 보존하며(기록관), 그 온기를 몸으로 느끼는(박물관) 세 기능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 공간은, 국가무형유산 제135호 온돌문화를 단순한 보존 대상이 아닌 살아 있는 현재의 문화로 되살리려는 시도다.

온돌문화포럼 2026은 그 위대한 여정의 첫 공론의 장이었다.


d12f8bec4dcb2.png


0 0